단동이야기

[스크랩] 목단강에 다녀왔습니다(1)

meiser 2012. 2. 24. 15:48
무려 1주일씩이나 주어진 국경절 연휴!
국경절엔 중국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어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2001년에 이미 경험)
호텔에 빈방도 없고
기차표 구하는 거 하늘에 별따기이고
움직여보아야 고생만 할테니
아쉽지만
하는수 없이 조용히 단동에 쳐 박혀 있기로 했는데 -

10월 1일 하루 쉬고 나니
할일도 없고
한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황금연휴인데
그냥 보내자니 무지하게 손해보는 거 같고
옆에 매일 붙어사는 사람은
어디든 가야할거 아니냐 보채고(?)

무슨 방법이 있나
기차 시간표 뒤적이다 보니
단동에서 하얼빈 가는 기차편이 있길래
하얼빈가면 목단강까지 가는 버스나 기차 많이 있으니까
하얼빈에서 목단강 가는 일은 별거 아니겠다 싶어
돌아올 때 걱정은 그곳에 가서 하자 하고
단동역에 나가
무조건 하얼빈 가는 기차표 산 후
다음날(10월 2일) 오후 3시 하얼빈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단동에 파견근무 와서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목단강이었는데
이곳에서 교통이 넘 불편해서
주말 이용해서는 불가능한 것 같아
어찌하나 하고 있었는데 -

목단강에 가면
늘 보고 싶고
언제나 그립던
2000년에 홈스테이 가서 머물렀던 집 주인 따꺼(周文章)와 따지에(徐梅)
먼지일던 음산하고 삭막하던 길거리
복새통이던 재래시장
저녁이면 일없이 모였다 헤어지던 문화광장
뱃놀이 하던 인민공원
빨래하는 아줌마 옆에서 사과 씻어 먹던 목단강변
넓은 경박호와 폭포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기 민방스럽기는 하지만
고생시키는 것이 도와 주는거라 생각하며
3원주고 탔던 인력거
그리고 순박했던 중국인들
그 모두를 다시 경험하고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배낭하나에 대충 짐꾸려 넣고 기차에 올랐다

2000년에 안마 4번 받고
평생 고생하던 허리 다 나은 듯 싶었는데
한 3년 지나고 나니 좀 불편한데
이번에 가서
안마나 실컷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안마 받으며 아팠던 생각하면 으~~~~~~

기차표는 잉워(硬臥) 3장을 샀다
웬 3장?
단동와서 잠자는 시간 말고는
마나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붙어사는 귀공자 표 1장
(귀공자가 혹시???? 아니냐고 오해하는 사람은 없겠죠)
기차표를 늦게 사다보니
2장 19호 中鋪, 上鋪
1장은 20호 上鋪라
오호 통재라~~
下鋪가 없으니
잠들기 전까지 몸뚱아리 셋을 어디다 맡겨야 하나?
하는 수 없이 창에 붙어 있는 의자를 일단 선점은 했는데
긴 시간 뭐하나????

이때 위력을 발휘한 것이
사천만의 오락문화인 고스톱이었다
둘은 앉고
젊은 천사는 통로에 선 채로
고스톱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꼬마 하나는 에디슨 기질이 있는지 그게 뭐나고 묻길래
우리의 귀공자가
한국 포커라고 점잖게 가르쳐주고는
9시반 취침 소등을 할 때까지 고스톱으로 시간 죽이기를 하고는
침대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우리가 탄 기차는
단동에서 용전까지 가는 보통열차로
하얼빈까지는 13시간 반이 걸렸다
기차 복무원의 안내로 잠을 깨
(중국 기차는 목적지별로 기차 복무원이 잠을 깨워줌)
하얼빈에 내리니 새벽 3시56분

목단강행 교통편 알아보러
하얼빈 역 밖으로 나가니
바람이 서늘하다
역을 나서자 마자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택시 호객행위에 정신이 없다
호객행위 물리치는 제일 상책은 묵묵무답이건만
우리의 천사
목단강 택시로 가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끈질기게 쫓아다니는데 -

버스는 빠른 것이 8시
다시 역으로 들어와 기차편 알아보니
제일 빠른 것이 5시 49분
북경에서 목단강까지 가는 기차인데
예상했던 대로 좌석은 없단다
소요시간은 5시간 반

버스는 4시간 걸린다는데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중국은 기차가 버스보다 훨 느리다
8시까지 찬바람 이는 만주벌판(?)에서 기다리느니

입석표(無坐) 사가지고
대합실(候車室)에서
안중근 의사 이등방문 살해하려 기다리던 심정 생각하며(아쭈?)
먹다 남은 빵 한 조각 뜯으며 기다리는데
기차가 무려 20여분이나 연착이란다

지루함을 느낄즈음
기차에 올라 타
작년 하오칸이 시범을 보였던 대로
침대로 바꾸려 했더니
예상했던 대로 없단다

잉쭈어(硬坐)에 올라보니
다행이도 좌석에 여유가 있어 보여
길게 자리잡고 누워있는 사람 중
제일 순하게 보이는 사람 깨워서
같이 좀 앚자고 하고는
자리를 잡았는데 영 불편하다

귀공자 차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훌륭(?)하게도
편히 앉아 있는 사람
다른 좌석으로 쫓아내는 폭력(?)을 휘둘러
3명이 마주보고 갈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끝까지 자리를 안 비켜주는
아가씨 하나는 코너에 몰아넣고
몸으로 시위를 했더니
어쩔 수 없는 지 좁은 옆 좌석으로 가버렸다

우리들 세상
6인석을 3명이 앉았으니
누가 중국 기차 잉주워에 사람이 많아 못 탄다고 했던가???
허기사
작년 산해관 갔다 천진으로 올 때
의자 밑에 기어들어가 자는 사람
통로에 누워 있는 사람
게다가 가래침까지 바닥에 퉤퉤 밷으며 -
으와!
지옥이 따로 없다 생각했던 거에 비하면
특급호텔(?) 수준 -

새벽녘 창 밖으로 보이는
흑룡강성 벌판은 풍요로워 보였고
우리나라는 홍수로 농작물이 흉작이라는데
온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주변의 산들은
우리나라 같으면 단풍이 들었으련만
48장(+4장) 동양화의 울긋불긋함 만은 못하지만
넉넉해 보여 좋다

지나가는 판매원한테
죽 한 그릇 만토 3개 사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편안한 자세로
시간 죽이기 사천만의 고스톱을 시작하니
호기심에 옆에 와서 구경하는 중국인 -
점수 계산하는 조선족 -

6시 좀 넘으니
따꺼한테 전화가 왔다
집 알아서 찾아간다고 해도
꽤나 걱정이 되는지
목단강역에
본인은 일이 있어 마중 못나오고
대신 따지에 내 보내겠단다

열심히
한국인의 자알인 4천만의 고스톱을
중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목단강역에 도착하니 11시 40분

반가운 얼굴 철망 너머로 찾으며
역 울타리를 나왔지만
마중 나온다던 따지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자기 대신 부인 내보내겠다고 했는데
내 중국어 팅리 수준이 또 우를 범했나?)

역 광장은 공사 중이고
사람은 많고
두리번거려도 따지에는 보이지 않고

잠시 후 핸드폰에 들려오는 소리
따지에인데
나보고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역전이라 했더니 자기도 역전이라고 그러더니
자기는 북역에 있다고
으~응
목당강역에 남역 북역이 있었나??

각자 집 앞에 가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광장 끝에 있는 삼륜차를 타기로 했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밖에 못 탈것 같아
3명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올라타고
가격 얼마냐 물으니 3원이란다
귀공자 왈
아까 3원에 가자고 한 것으로 알아 들었나보다고 -
내 중국어가 또 객지에 와서 고생했나????

목단시장에 내려주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주변 거리가 비슷하기는 한데
좁은 골목길 복작대던 시장통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 왔나 ?
분명 목단시장 가자고 했고
목단시장이라고 내려 주었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시장은 간데없고
시장통에 있는 허름한 집들도 안보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 좁은 시장통 같은데 버스가 다니고
잘못 찾아 왔나!!

출처 : 완리창청
글쓴이 : lidage 원글보기
메모 : 2003년 10월 13일 완리창청 카페에 올렸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