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들

나의 살던 골목은 ~

meiser 2010. 8. 18. 10:29

어릴적에 우리들이 즐겨 자주 불렀던 노래중

"나의 살던 고향은......." 으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이란 동요가 있었지

아버님도 늘 고향 생각하시면 그 노래를 많이 부르셨는데 ......

 


어릴적 동네를 생각하며 그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른다면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나의 살던 골목은.....”


지난주 금요일 25년전에 미국으로 이민간 둘째 동생이

회사 일로 출장 온다고 해서 새벽에 4시에 일어나 인천공항에 마중을 나갔는데

그간 몇 번 한국을 다녀 갈 때마다 별소리를 안하더니


이번에 와서는 금요일 저녁 먹으면서 하는 말이

“형 옛날 우리 살던 동네 가봤어? 한다

 

 

사실 난 작년 가을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곧 재개발로 철거된다는 말에

저녁식사 후에 집사람과 함께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 살던 동네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길래

토요일 막내 동생네와 점심을 하고 난 후에

우리의 어린시절 향수와

성장하면서 아픈 추억이 담긴 골목길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간다하니

어머니도 가본지 오래되었다고 같이 가 보시겠다고 나서고

막내 동생 조카 딸(대학 1년)도 아버지가 살던 동네가 궁금하다며 따라 나서고

막내 제수씨도 궁금증에 따라 나서고.......


동구 송림동 69번지

위치로는 동산고등학교 맞은편 언덕배기이고

전도관이 있고 깡패가 많기로 유명햇던

숭의동 109번지와는 길 하나로 마주하던 곳

골목을 사이로 제물포 교회와 담을 같이 하고 있는 곳

골목길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부처산은  온통 아파트로 가려있어

머릿속의 그림과 눈앞의 그림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곳.......


6,25 전쟁으로 피난 나온 피난민이 흙으로 지은 집에

내가 4살 때 이사왔고

내가 초등학교 때 방 한칸을 더 들여

방 2개에 자그마한 마루와 다락이 있던 집.......


그 집에서 셋째, 넷째 동생이 태어났고

내가 17살 때 아버님이 그 집에서 돌아가셨고

28년 동안을 살며 나도 딸 둘을 그 집에서 낳고

둘째 딸 돌 되던 해에 이사 나온 집.....


좁은 길에 주차하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들어선 골목길은 왜 이리 지저분하고 좁을까?

우리 어렸을 때

여름 밤이면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 별을 볼 수 있었던 골목길......

자치기하고 구슬 따먹기 하던 골목이고.....

연탄구루마 끌던 소가 드나들던 넓은 골목길이었는데.....


우리가 살 때도 못 사는 사람이 산다 했는데

지금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을까....?


골목길과 집들은 5~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골목길이 좁아진 것 말고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집하나 번듯하게 개축한 집도 없은 곳.......


우리가 살던 집이 있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우리가 살던 집 대문이 마침 열려있어 들여다보니

장독대 자리엔 방을 들였는지 화장실로 바뀌었는지 변했고

아버님께선 콩알만한 마당이지만 꽃밭도 만드셨던 마당은 마루로 바뀌었지만

흙으로 지은 외형은 달라진게 없다


대문 위엔 빨간 십자가가 왠지 외롭게 달려있고

문패가 있어야 할 자리엔 기도원 간판이 붙어있다

이 좁은 골목 빈민촌에 기도원이라.....?????


골목 골목 돌며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철거되어

다시는 볼 수 없는 골목길 여기저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동생들과 여기가 어땠고 저기가 어땠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님은 옛날 생각에 맘이 안 편하신지

“애들아 어지럽다 그만 가자” 하신다


골목길을 나와

어릴적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한참을 다니던 교회 앞에서

교회 정면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는 시비조로 말한다


누구 : “뭐하시는 분입니까? 왜 사진을 찍습니까?”

나 : “어릴적 살던 동네 생각이 나서 잠시 왔습니다”

나 : “이 교회 다니십니까?”

누구 : “네”

나 : “신00이 아직 이 교회 다니죠? 주일학교 같이 다녔는데~~”

나 : “김00장로, 박00권사 아직 다니시구요“

나 : “안00  권사됐나요”

누구 : “아뇨 아직 집사입니다”

나 : “이 교회 지을 때 나도 세수대야로 모래 퍼 나르면 지었습니다”

그제서야 그 양반 멋쩍은지 슬그머니 내 곁을 피켜선다


돌아오는 길에

샛골과 송림시장 주변 동산고교 주변을 둘러보며

“어! 중국집 아직도 그대로 있네~~”

“저기 약방 있던 자리인데 아버지 약 사러 많이 다녔지~~”

“이 근처에 목욕탕도 있었는데(태어나 처음 가본 목욕탕)~”

동생과 아직도 변한 것이 없는 길거리와 건물들을 보며

옛날 모습을 떠올려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 둘러 연못이 있던 자리와

교사를 둘러보고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찹찹하기만 했다

옛것을 찾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텐데 말이다.........


내가 자란 저 골목길의 추억들이 비록 아픈 추억이 많을지라도

그 모든 추억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아름다운 추억이었노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남은 인생이라도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힘이 들어 앉지는 않으셨을텐데... 어머님은 무슨 생각을 하기고 계실까?>

 

<동생들이 바라보며 눈길을 준 그곳에는 무슨 생각이 머물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