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천지에 발을 ~
차마
천지에 발을 담글 수가 없었습니다.
물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더러운 내 발이 수정같이 맑은 천지 물을 오염시킬까 담글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천지에서 흘러 장백폭포로 흘러나가는 물에 잠시 발을 담가보았습니만
5초를 버티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난 겨울 길림에서 영하 28도에 겪었던 발시려웠던 기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허전함이 남아
수건에 물을 적시고 작은 생수통에 천지물 가득 담아 가지고 왔습니다.
지난 8월 한국 다녀온 후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많이 생겨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처럼 중국이 싫었던 기억이 없었고 당장 한국으로 가고 싶기까지 했습니다
9월 9일 의정부시에서 파견(어학연수) 나온 직원 2명과
점심 식사를 하다 백두산 이야기가 나와
9월 10일(금) 아침 5시 48분에 단동역에서
의정부 직원 2명과 천사 그리고 사무실 중국인 직원 2명 등 6명이
백두산 근처 泉陽행 기차를 탔습니다
천양까지는 16시간 37분 소요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보통 백두산을 가려면
심양에서 저녁 6시 18분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7시 18분에 연길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연길에서 백두산까지 버스로 5시간 정도 이동하는 코스를 이용하는데
우리는 단동에서 천양까지 가서 白河(二道白河)까지 가는 기차를 갈아타기로 하고
말 그대로 무작정 준비도 별로 없이 떠났습니다.
낮에 이동하기는 하지만 장시간 이동하므로 硬卧를 탔습니다
6명이 硬卧를 탓는데 자리가 앞뒤로 갈라져 있어서
중국인들에게 양해를 구하여 한자리로 몰아
이야기하다 자다 먹다 하며 근 17시간을 갔습니다
식사는
아침은 집에서 쪄가지고 간 고구마로 해결하고
점심은 지난번 연수구청 직원들이 가져 온 컵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은 기차에서 파는 5원짜리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목적지 천양에는 밤 10시 25분에 도착하였습니다
7월에 백두산 갔다 온 의정부 직원이
천양까지 가는 기차가 이도백하까지 연장 운행했다고 했는데
타고 보니 성수기인 7,8월에는 임시로 연장 운행하지만 지금은 천양까지만 운행한다나?
일단 천양에 내려 갈아 타기로 했는데
장춘에서 백하까지 가는 기차가 새벽 4시 18분에 천양에 도착 4시 22분에 출발하는지라
역 앞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역 앞에 있는 鐵路招待所를 찾았으나 방이 없어 다른 초대소(鐵路飯店)에 가서
6명이 한방에서 1인당 5원씩 주고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밤 10시 25분 천양역에 내려서
잠시 쳐다본 하늘은 온통 별천지로 내 기억에 평생 제일 많은 별을 본 것 같습니다
새벽 기차타기 위해 4시에 일어나 다시 쳐다본 하늘엔
이쁜 그믐달과 샛별이 얼마나 밝던지(?) 눈이 부셨습니다
백하가는 기차표를 사고
내일 돌아갈 때 혹시 자리 없을까봐 단동가는 기차표 살수 있느냐 물었더니
표파는 아가씨 어제 잠을 못잤는지 일언지하에 내일 아침에 오라고 -
세상에 이리 불친절할 수 있나 ㅉㅉㅉㅉㅉㅉ
표사는 사람들 어느정도 없어 졌을 때
내일 표인데 안 파는게 있냐싶어 중국인 직원시켜 사정 좀 해 보랬더니
몇마디 아양을 떨었는지 차표를 내 주데요
이럴 때가 바로 중국이 정말 싫어질 때죠
새벽 4시 22분 천양을 출발하는 기차에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자리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밤 여행에 피곤한자 한자리씩 차지하고는 누워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이 우리들이 나뉘어져서라도 앉을 수 있는 몇자리는 있었습니다
차장 밖으로 밝아오는 새벽하늘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날이 밝으면서 보이는 산에는
비록 우리나라 처럼 예쁘고 빨간 단풍은 아니지만 제법 단풍이 들었습니다
천양에서 백하까지는 3정거장이지만 시간으로는 1시간 18분이 걸려
백하역에 도착시간은 5시 40분이었습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명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그중 마음 좋게 생긴 조선족 아줌마를 따라 역 앞에 있는
조선족식당(식당 이름임)에서
된장찌개 하나, 김치지게 하나 시키고
버섯볶음과 고사리볶음 각각 하나씩 시켜 배를 불리웠습니다
찌게 둘 가지고 부족할까 걱정했더니
큼지막한 냄비에 가득 나와 6명이 먹고 남았습니다
가격은 밥이 2원 나머지는 15원씩으로 모두 72원인데
역시 마음씨 좋은 아줌마인지 거금 2원을 깍아 주었습니다
아침 거하게(?) 먹고
백두산까지 이동할 차량을 예약해야 하는데
천양에서 같이 탄 중국인 하나가 기차안에서부터 계속 말을 걸며 계속 좇아 다녔는데
알고보니 백하역 앞에서 식당 하면서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초 단동에서 떠날 때는
장백폭포를 보고 등산을 해서 천지를 볼 생각이었고 천지 정상에는 갈 계획이 없었는데
폭포까지는 차비가 개인당 40원 천지 정상을 보려면 80원을 더 내라고 하기에
이왕 여기가지 왔고 어제 또 오겠나 싶어 두군데 다 보기로 하고
1인당 120원에 계약을 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차량 흥정하는데 식당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교하(길림성)에서 왔다는 조석족 가족 3명이 동행 좀 하면 어떻겠나고 해서
흔쾌이 그러라고 하고 9명이 빵차를 타고 백두산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백하에서 백두산 입구까지는 약 1기간 정도 걸렸는데
조선족 보고 두군데 다 같이 보자고 했더니 돈이 없어서 40원 짜리 코스만 가겠다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방법아 없었습니다
결국 장백폭포와 천지는 같이 보았지만
우리가 정상에 올라 갔다 오는 1시간 반이상 그들은 주차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백두산이 가까와 오자 멀리 산 꼭대기에 눈이 보였습니다
기사에 물으니 며칠전 백두산에 눈이 왔다고 하는데
하늘도 엄청 맑아 천지는 당연히 볼 수 있겠고
백두산 몇 번씩 와도 천지 못보고 간 사람 많다는데
귀공자도 두 번 가서 한번 보았고 지금 같이 근무하는 김부장도 안개만 보다 왔다는데 -
눈까지 볼 수 있겠구나 맘이 설레었습니다
백두산 입구에는 장백산이라는 한글로 된 커다란 간판이 있고
우리는 거기서 백두산 입장권이 아닌 장백산 입장권을 샀습니다
입장료는 60원인데 학생증 가진 세사람은 30원에 할인되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장백폭포를 향해 올라가는데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폭포가
주변 산의 단풍과 천지 정상의 눈과 어우러져 보기 좋았습니다
매표소로 가는 길에
왼쪽에는 김이 펄펄나는 노천 온천수가 흐르고
오른쪽에는 장백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하얀 물거품을 내면서 흐르는 모습이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흐르는 온천물에 계란과 옥수수를 쪄서 팔고 있길래
내려오는 길에 옥수수 사먹었는데 3개 10원으로 비싸기는 더럽게 비싸데요
시내에서는 3개 2원이면 사 먹을 수 있는데 -
온천수 때문인지 옥수수 때문인지 맛은 참 좋았습니다
<노천에 온천수가 솟는 모습>
장백폭포까지만 갔다오는 입장료는 15원이고 천지까지 올라가는 입장료는 40원이었습니다
목적지가 장백폭포가 아니니 당연히 거금 40원 주고 입장료 사서 20여분 걸어올라 가니
폭포소리가 웅장하게 들리고 내리쏟는 폭포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물론 예전(93년)에 보았던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하면야 빗줄기에 불과하지만
설악산 비룡폭포에 비하기야 하겠습니까 !!
장백폭포에서 천지까지 올라가는 길은
단동에서 출발할 때는 일반 등산로일거라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해발 2,000미터 넘는 지역이라 숲과 나무가 없는 바위산이었습니다
바위산 기슭으로 가파른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어느정도 올라간 부분부터는 낙석 방지 때문인지 터널이었습니다
물론 간혹 밖을 볼수 있게 구멍을 많이 뚫어 놓았지만 말입니다
올라가면서 왼쪽으로 장백폭포를 가까이 보면서 올라갈 수 있었고
계단은 매우 가파르어 몇 번의 숨고르기를 해야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계단이 끝난 부분부터는 평지로 한참을 걸어야 천지 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줄기 따라 걸어가면 눈 덮인 산아래 천지에 도착할 수 있음>
폭포 위에서 백하쪽으로 내려다본 경치는
하늘색과 어울려 감탄사를 사용하지 않고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늘 색이 얼마나 멋있는지 말로는 어떤 색이라고 표현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폭포위에서 천지까지 걸어가는 동안
주변의 산들의 모습이 보통 보아오던 산의 모습에 비해서 참 기이하기도 하고
눈이 조금 덮힌 정상의 모습도 참 이색적이었습니다
폭포 위에서 바로 천지가 보이지는 않고
흐르는 물을 따라 역으로 올라가 야트막한 턱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드~뎌 야트막한 턱에 오르니
산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도 시원하게 트여져 있는 천지의 멋진 모습이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좀전에 폭포위에서 백하쪽을 바라보며 질렀던 탄성에 100배는 더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쉬운 것은 디카로는 좌우가 짤려 전체 풍경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상적인 모습에 놀라 둘러 메고 간 배낭 땅에 내 팽케치고
사방 돌아가며 풍경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천지 왔다는 증거 남기려 기념사진 정신없이 사진 찍고
<왼쪽과 오른쪽 사람은 사무실 중국직원이고 모자쓴 두사람이 의정부시 직원>
중간 중간 넋 나간 모습으로 천지 모습 눈에 꼭꼭 채워 넣고
가이드가 내려오라고 정해 준 시간만 없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있고 싶은데
아쉬움을 천지 물 한번 더 만져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 섰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면 잡상인 있듯이
천지에도 잡상인(?)이 있기에 무슨 물건 파는가 기웃거렸더니
라면, 과자 종류도 있지만 돌을 팔고 있었습니다
조그만한 자갈돌 만한 돌들인데관심이 좀 있어 살펴 보았습니다
하긴
지난번 호로도시와 계림에 가셔도 어김 없이 돌을 주워 왔거든요
작지만 보기 좋은 돌들이 있어 사려고 값을 물었더니 하나에 1위안이라고 하기에
중국놈(?)들 돈 주는 게 언제부터인지 아까워서
이번에도 그 기질 발휘하려고 돌 8개를 골라 놓고 5원에 하자고 우겨서 결국은 샀습니다
내려 오는 길에
천지에 발 못 담그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워천지에서 장백폭로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물 한 병 담아와 냉장고 속에 잘 보관하고 있는데
용도를 뭐에 쓸런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의정부 직원이 담아 온 물은 단동 오는 기차 안에서 다 마셔 버렸습니다
물이 얼마나 찬지
물수건에 적셔 폭포 밑 주차장 까지 3~40분 내려 왔지만
여전히 차거워 살에 대기가 섬�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장백폭포와 천지 보고 주차장까지 다시 내려오는데 3시간 걸렸습니다
천지에서 내려오자 마자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코란도 비슷)로 갈아타고
백두산 정상을 향해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워낙 구불구불하고 난간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일부 공사중)
운전 부주의나 브레이크 고장이라도 나서 구르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 길을 시속 60킬로 달리니 심장이 좀 약한 사람은 눈을 감던지 해야 원~
내려 올 때가 올라갈 때보다 더욱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소문과는 달리 우리가 탄 차의 기사는 운전을 좀 얌전하게 하는 편인 것 같았습니다
정상을 향해 25분여를 달려 정상 밑 주차장에 다다랐습니다
비수기가 되어 그런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주차장에서 정상부분까지는 100여 미터에 불과 했습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많이 녹기는 했지만 눈이 쌓여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해 주었고
<윗부분 사람 서있는 곳이 정상>
정상을 향해 오르며 뒤돌아 본 산 아래 모습은 끝없는 시야 속에 한폭의 장관이었습니다
그간 천지의 모습 사진으로 여러번 보았지만
정상에서 직접 내려다 보는 천지가 어떤 모습으로 날 반겨줄런지
자못 맘 설레며 부지런히 올라갔습니다
천지의 모습은 운이 좋아야 본다는데
허기사 한라산 정상만 해도 날씨 변화가 심해 지난 91년도에
백록담 올라 갈 때는 맑은 하늘 보며 올라갔지만
백록담 보고 내려오기 시작하려는데 구름이 몰려와
하산할 때까지 내내 구름 속에서 고생하며 내려온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백두산은 순간 순간 기상이 변화하여 예측을 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누가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는지 -
하늘에는 흰 구름만 드문드문 높이 떠 있기만 할 뿐
우리의 시야를 가로 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급히 숨도 안 쉬고 올라와 정상에 선 순간
눈으로 빨려 들어오는 천지의 모습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
<백두산 천지>
감탄사를 발하는 것 조차도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 만세를 불렀습니다
<백두산 만세????>
문득
호수 이름은 잊었지만 93년 캐나다 록키 산맥에 올라가서
만년설이 쌓인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았던 호수의 색깔이 떠 올랐습니다
그 때 이후 그토록 아름다운 색을 본 적이 없고
아름다운 모습을 떠 올릴 때마다 호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꼭 한번 더 가고 싶어 했는데 -
비록 중국 땅에 올라서서 보는 천지이긴 하지만
내 조국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색을 가진 천지가 있음에
온 몸에 전율이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지 자체가 물이 깊어 본래 가지고 있는 색에 하늘 색 마저 어우러져 토해내는 색깔이란
세상에 온갖 아름다운 형용사를 동원한다 해도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백두산 천지>
카메라로 열심히 돌아가며 그 모습 담았지만
찍고 난 후 어떤 모습인가 디카를 되돌려 보아도 그냥 내 눈에 찍힌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잠시 카메라 접어 넣고는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뿐더러
비록 오랜 세월 지나더라도 빛바랜 사진의 모습처럼 바래지 말라고
작은 눈 크게 뜨고 눈 안 구석구석 가득히 천지의 모습을 주어 담았습니다
<백두산 천지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찍은 사진>
한 겨울 눈 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강아지 마냥 이쪽 저쪽 위 아래로 뛰어 다니며
운전기사가 준 40분의 시간이 모자랄까봐
혹시나 눈 앞에 펼쳐진 천지의 구석 구석 한 곳도 놓칠세랴
그리고
저 천지 맞은편 산 너머로 보이는 가고 싶어도 못가 한이 맺히는 북한 땅 모습까지도
열심히 부지런히 사진기로
그리고
눈으로 찍고 찍고 또 찍었습니다
천지의 모습 전체를 한 폭에 못 잡는 디카를 천지로 내 던지고 싶은 신경질(?)을 참으며
와이드 카메라로 12장 찍은 후 필름 줄테니 100위안 내라는
벌써 털 모자 쓰고 장갑낀 조선족 청년의 유혹에 선뜻 100원 건네 주고 사진찍었습니다
필름 건네 받고 나니 장난기가 서려
돌아서는 사진사 되세워 놓고 필름에 사진 안 나왔으면 어쩌냐고 투정하니
한국에서 왔냐고 되물으며 사진 안 나왔으면 비행기 값까지 다 물어 주겠다고 -
“그래 이놈아!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 내가 생각하기도 일년에 몇 번 없을 것 같은데
만약 사진 안 나오면 억울해서 나 죽어버린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恭喜發財” 한마디 덕담해 주고는 뿌듯한 맘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 지점에서~>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산 아래를 배경으로~>
정상에 오를 때 급한 마음에 소홀이 했던 백두의 하얀 눈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떠 찍고는
천지 모습으로 가득차
무엇을 더 채울 수도 없는 눈이 정상쪽으로 자꾸만 자꾸만 향하는 것을
“아쉬움이 조금 남아야 다음에 또 올 수 있다”고 달랠 때
마음 속에서 울려 나오는 두 마디 말
“ 아! 여기서 텐트 치고 하루라도 잘 수 있다면 으~~아!!!(김흥국 버전) ”
“ 나쁜 놈의 중국 놈들 정상에서 머무르는 시간 왜 40분만 주는거야 ㅆ~~ㅂ”
그나마 성수기엔 30분도 채 안 주었다는 말이 기억나
“그래도 10분이면 어디냐” 스스로 위로하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백두산을 내 조국에서 못 올라가고
중국 놈들 한데 돈은 돈 대로 주고 대접 못 받으며 구경해야 하다니
속상한 마음 안고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을 떠나 백하로 되돌아오니 오후 2시경이었습니다.
천지의 풍성하고 넉넉함에 배고픈 것도 몰랐는데
백하 역으로 돌아오니 그제사야 시장기가 돌았습니다
차량 주인이 자기네 식당에서 점심 안 먹겠냐고 하는 거
암만 그래도 조선 음식이 낫지 하고는
아침 먹은 집으로 다시 가서 낮잠 즐기는 주인 아줌마 아저씨 깨워
아침 식단하고 같이 주되 고사리 대신 제육볶음 시켰더니
잠시 후에 상을 받고 보니 다른 음식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밥이 찬밥이 나와 버렸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배가 고파 한술 떠 넣었더니
동행한 의정부시 직원이 신경질난 목소리로 주인 아줌마 찾더니
“아까 들어 올 때 따뜻한 밥 달라고 했는데 사람 어떻게 보고 찬밥 주느냐“고
아줌마 왈 “뜸이 들 들어서 그랬다고”
“그럼 밥 천천히 주면 되지 찬밥 주냐”고
아줌마도 무안해서 그 직원 찬밥 가져가고
뜸이 약간 덜 들은 따스~한 밥 갔다 주고는 목욕간다고 가버리데요
어찌나 혼내는지 옆에서 아무 생각없이 밥 먹던 나도 민망해 지데요
밥 두둑히 먹고 나니
중국 직원들 밖에 나가서 혼자 들고 오기 무거워 보이는 큼지막한 수박 한통과
씨없는 포도 사가지고 들어오는데
이 지방에 오면 수박 꼭 먹어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수박 한 통에 8위안 주었노라고 8위안이면 한국 돈 1,100원 정도
지난 8월 한국 가서 처갓집에 장모님뵈러 갈 때
지금 사온 수박 반 정도도 안 되는 것 18,000원 달라기에
기절초풍하고 돈 아까워 못 샀는데 (쉿~~ 처갓집엔 비밀)
여기 수박이 쌀뿐더러 맛 또한 기가 막히네 ^-^
수박이 너무 커서 6명이 다 못 먹고 반은 내일 기차에서 먹으려고 打包 -
구경 잘하고 밥 배불리 먹고 나니
천양가서 새벽 5시 34분 기차를 타야 하는데 천양까지 어찌나가 걱정이 슬슬~
백하에서 장춘가는 기차는 밤 12시 45분 출발이니
그거 타려면 그때까지 백하에서 시간 죽이기 하기가 마땅치 않고
그 기차 타더라도 천양에 새벽 2시 10분 도착하면
5시 반까지는 어디서 어떻게 또 시간 죽이기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아침에 잠깐 귀동냥 한 바로는
화물차 뒤에 한칸 붙여서 가는 차 있다해서 안전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는데
수소문 해보니 화물차라는 것이 자동차가 아니고 기차이고 (중국어 실력이 또 뽀롱~)
화물차 뒤에 객차하나 달고 가는데 천양까지 차비가 5원이고 4시에 출발한다고 -
식당에서 나와 역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없고
무조건 백하역으로 들어가니
아줌마 한명과 학생 몇 명이 철로길을 따라 걷고 있길래
4시 떠나는 기차 물으니 잘 모른다며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게 뭔가 이상해서
중국 직원시켜 대합실에 가서 역무원한테 물으니 뒤편으로 가면 기차 있단다
앞에 서 있는 기차 밑으로 기어 나가보니 백하 - 천양 팻말 붙인 객차 하나 있는데
차에 올라 보니 벌써 만원사례
화나는 건 아까 모른다고 따라오지 말라던 사람들 거기에 -
쥑일 놈의 중국년놈들!! (중국이 또 싫어진다)
그 기차는 역무원들이 비공식적으로 화물차 뒤에 객차 하나 붙여서
동네 사람들 편의(?) 봐주며 누이좋고 매부좋고 ~
차안에는 주로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주말에 집에 왔다가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길래
왜 토요일인데 기숙사로 들어가느냐 물으니
금요일 토요일 쉬고 일요일부터 수업한다네 (여기도 중국 맞나?)
<기차안 모습, 커텐 안쪽 열차판공석엔 무엇이~>
옆좌석에 앉은 여학생 공부 벌레인지 기차안에서도 책 꺼내놓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호기심에 천사 교과서 좀 보자고 하더니
그래도 자기는 대학생이라고(?)
중학교 교과서쯤이야 했는데 모르는 단어 수두룩 (ㅋㅋ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지)
학생에게 단어 물어보며 열심히 공부하나 싶더니
결국은 기숙사 가서 먹으라고 아버지가 쪄 주었다는 옥수수하나 빼앗아 먹었습니다
<빼앗아(?) 먹는 옥수수는 더 맛있나??>
4시에 떠난다는 기차 4시가 지나도 떠날 생각않고 4시반에 간다 5시에 간다 말만 무성하더니
드디어 4시반이 되자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여 출발하나 싶었더니
역 구내에서 앞 뒤로 왔다 갔다만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선로 여기저기에 있는 화물차 연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시간여를 그러더니 5시반이 되자 출발하였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승무원이 끝에서 부터
천양까지는 5원 학생들이 내리는 露水河는 3원씩 차비를 받기 시작하는데-
옛날 우리나라에도 버스에서 안내양이 돈 받을 때 더러는 빼먹고 받듯이
내 옆자리 두 학생한테는 돈도 안 받는 서비스(?)를 베풀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한참을 지나자 주변이 어둑어둑해 졌는데도 기차안에 불이 안들어오자
불의(?)를 못 참는 천사 승무원에게 불켜 달라고 하니
승무원 왈 “이 기차는 불이 안 들어 온다”고
한참 이상한 기차도 다 있다 생각해 보니
화물칸 뒤에 객차 달았으니 불이 들어올 리가 없지 -
잠시 후 외국인에 대한 배려인지 늘 그래왔는지
승무원이 손전등 하나 가져오더니 우리 머리 위 선반에 올려 놓았습니다
세 정거장을 가는데 역마다 내려주는 곳은
역구내 站台가 아닌 역 못 미쳐 철로변에 내려 주었고
다시 사람을 태우는 것도 그 자리였습니다
아마 생각건대 정식 운행되는 열차가 아니고
화물차 위주로 운행하고 객차는 승무원 임의로 운행하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요금도 기차 안에서 승무원이 받는 것 보면 아마 그 돈 역시도 ~~~
시간 반을 달려 우리의 숙박지인 천양에 도착했습니다
천양역에 내려 올려다 본 하늘은 역시도 내 마음을 소년의 마음으로 돌리게 충분했는데
아쉬운 것은 멋진 시라도 한편 쓸 수 있어야 했는데 ~
鐵路招待所는 그 날도 잠자리가 없었습니다
규모가 아주 작은 초대소라 자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샤워라도 할까 싶어 시내로 나가려고 했으나 택시기사들에게 물어도 별 뽀족한 답이 없고
다음날 새벽 5시 34분 기차 타야하는데 새벽에 움직이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어제 잠시 쉬었던 초대소로 다시 갔습니다
전날 6명이 함께 묵었던 방은 창문도 없고
밤에 다른 사람들 잠 잘자라고(?) 밤새 콧노래(?)를 부른 사람이 있어
어제 방보다 조금 나은 방 있느냐 물었더니 2인 1실 있다길래
우선 구경을 좀 하고 괜찮다는 의견 일치를 본 후 숙박을 하기로 했는데
구두쇠인 천사 느닷없이 “어제도 잤으니 방값 6명이 50원에 하자”고
주인 왈 “백두산가서 돈 많이 쓰고 여기 와서 방값 깎느냐”고
방값 깎는 사람 처음 보았다는 눈초리로 안된다고 하더니
천사가 누굽니까 기어이 50원에 해결했습니다
초대소에 짐을 내려 놓고는 허기진 배 채우러 나갔으나
조그만 시골 역전앞이라 변변한 식당이 없어 시내로 나가자니 번거롭고 해서
몇몇 식당 기웃거리다 제일 손님 많은 식당으로 들어가
주문하기 쉬운 魚香肉丝, 마파두부 등 몇가지 놓고 맥주 한잔을 곁들어 저녁 해결하고
모두들 피곤한지 술 한잔 더하자는 사람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새벽을 기다렸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쳐다본 하늘엔 별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5시 34분에 기차가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차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동에서 천양으로 올 때는 야간이라 바깥 경치를 볼 수 없었는데
날이 밝아 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우거진 숲과 산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
산과 어우러져 구불구불 흐르는 하천
간간히 산머리에 걸친 구름
물끄러미 바라보는 차창가에 소리없이 와 닿는 빗방울
차창가에 턱괴고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쵸이스 커피의 향
그 어느 유명한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창밖 운치에
다른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창밖에 펼쳐지는 절경에 저절로 흡입되어 들어가는 어느 것 하나도
깊은 산 속 한적하고 창넓은 산장의 아침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것이었습니다
스잔한 그리고 눈물겹도록 정감스런 감정을 표현하기 버거울만큼
이제껏 이토록 아름다운 기차 밖 풍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어쩌따 천지의 모습보다
기차 차창밖 풍경이 더 생생하게 떠 오르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없이 바라보던 창 밖에서
다시금 시선을 창 안으로 들여 와 생각해보니
만일 오늘 백두산에 올랐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천지를 못 보고 왔노라”고
“천지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데 우리는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들인가 이러한 좋은 운이 우리를 귀찮게 따라 다닌다면
“우~~와!!!!! 정말 미처(?) 버릴텐데~~”
단동으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태어나서 북경도 금년 2월 나를 따라 처음 가 보았다는 중국 직원
옆 좌석에 앉은 중국인에게 천지 모습 설명하며 신바람 났고
잠시 후 시작한 어제밤 천양역에서 산 백주 2명 殺酒는
끝내 의정부시 직원과 중국직원의 침대 위칸에서 코고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게 만들고 ~
천양을 떠난 기차가 16시간 20분만인 저녁 9시 50분에 우리 일행을 단동역에 내려 놓으니
배는 허기져 있었지만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로 풍성하게 채워져 있는 것 처럼 뿌듯하고~
이 뿌듯함 놓칠세라 꼭 보듬은 채
집에 돌아와 끓여 먹은 라면 맛은 “어느 꿀이 이 라면 맛보다 더 달겠나” 싶었습니다
* 2박 3일 백두산 여행에 들어간 비용은 1인당 중국돈 530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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