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지 소개

주홍빛 가로수·몽환적 물안개.. 이 길에 가을이 지나간다

meiser 2016. 11. 29. 13:11

주홍빛 가로수·몽환적 물안개.. 이 길에 가을이 지나간다 
   전북 진안 모래재·용담호 만추 드라이브국민일보| 입력 16.11.24.
즐겨찾기 추가하기
글씨 크기 조절하기
전북 진안의 모래재 메타세쿼이아길을 찾은 오토바이 애호가들이 여유롭게 만추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늦단풍이 주홍빛으로 내려앉은 이 길은 움푹 파이고 살짝 여유 있게 돌아가는 모양새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전북 진안의 모래재 메타세쿼이아길을 찾은 오토바이 애호가들이 여유롭게 만추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늦단풍이 주홍빛으로 내려앉은 이 길은 움푹 파이고 살짝 여유 있게 돌아가는 모양새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완주에서 모래재로 올라가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완주에서 모래재로 올라가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용담댐 바로 아래 금강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용담댐 바로 아래 금강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계절은 여행하기 좋은 완연한 가을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초겨울의 기세를 부린다. 코끝이 시린 계절이 오기 전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런 계절에 안성맞춤인 여행지가 있다. 늦단풍이 붉게 내려앉은 호젓한 숲길을 차를 탄 채 지날 수 있고 가슴이 탁 트이는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전북 진안의 모래재 메타세쿼이아길과 용담호 호반도로다. 두 곳 모두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진작가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모래재는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고갯길이다. 진안과 장수, 무주 등 이른바 ‘전북의 지붕’으로 불리는 ‘무진장’ 주민들이 전주를 오가려면 꼭 넘어야 하는 고개였다. 길은 1972년 11월 개통됐다.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닐 만큼 분주했고, 사고도 잦았다. 97년 26번 국도가 새롭게 놓이면서 모래재길은 점차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이후 모래재길은 느리게 달리기 위해, 천천히 걷기 위해, 그리고 잠시 멈추기 위해 일부러 찾아드는 길이 됐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사진작가들에게 포착되고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한 뒤 유명해지면서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내 딸 서영이’ ‘옥탑방 왕세자’ ‘49일’ ‘남자가 사랑할 때’ ‘부자의 탄생’ 등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 무대가 됐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유명하기로는 전남 담양이 으뜸이다. 하지만 모래재길은 묘한 매력을 지녔다. 굽은 듯 뻗은 길이 여유 있게 돌아가는 모양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움푹 파인 길에 달려오던 차량이 살짝 내려앉아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이 압권이다. 늦가을 붉게 타들어가는 용암 같은 풍경에 잠시 녹았다가 되살아나는 듯한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때맞춰 ‘행복한 무진장’이라 쓰인 주황색 버스가 지나치는 순간을 포착하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이 장면을 사진에 담아두려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부귀면 세동리 큰터골 마을에서 원세동 마을까지 1.5㎞ 남짓한 거리에 조성돼 있다. 길에 들어서면 쭉쭉 뻗은 긴 다리를 외투 자락으로 살짝 가린 팔등신 미인들이 도열한 듯하다. 길은 먼 끝에서 여유있게 사라진다. 길을 걷노라면 어디선가 ‘서영이’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메타세쿼이아는 싱그러운 초록을 뽐내는 여름이나 붉은 단풍을 자랑하는 가을에도 멋지지만 앙상한 뼈대만 남은 겨울도 운치있는 풍경을 내놓는다. 무수한 가지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형상화해낸 완벽한 원추들의 도열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위에 솜이불 같은 눈이라도 쌓이면 수묵화같은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가로수길에서 여유로운 추억을 쌓았으면 호수 위를 달려보자. 용담호는 진안군 용담면 월계리 금강 상류에 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댐은 진안군의 1개 읍, 5개 면을 수몰시켰다.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용담호 주변의 여러 곳에 망향의 동산이 세워져 있다. 용담대교 북단 용담호 중앙부에 위치한 ‘용담망향의 동산’은 용담호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다. 이곳에는 용담면 옥거리에 있었던 태고정(太古亭·문화재자료 102호)을 이전해 놓았다. 1752년에 건립된 목조 건물이다.

용담호가 관광지로 사랑받는 것은 교량으로 연계된 일주도로가 이어져 있기 때문. 거대한 호수를 톱니바퀴처럼 들쭉날쭉 에두르는 64.4㎞의 호반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수많은 다리를 지나며 호수 위를 달리는 드라이브길이 늦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정천면에서 용담면을 거쳐 용담댐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호수의 경관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내어준다. 그 길가에 용담호 담수과정에서 마을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용담호 사진문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작가인 이철수 관장이 95년부터 6년 동안 수몰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사진 2만4000여 점과 유물 3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상전에서 안천을 지나 용담댐으로 이어지는 코스도 이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장관을 풀어놓는다. 푸른 하늘과 햇빛을 담은 호수는 늦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용담댐 물문화관은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용담댐 공사와 관련한 역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용담댐 조각공원에는 일상속의 폐품을 활용한 조각 작품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늦가을 이른 아침 용담호를 찾으면 고즈넉한 수면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가 몽환적이다. 하늘에 여명이 깃들고 물가에 환한 빛이 내려앉을 때면 물안개 군무는 물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쳐진다. 차디 찬 호수가 불 땐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 듯한 느낌이다. 뽀글뽀글 기포 위로 피어오르는 한 가닥 하얀 실마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산들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풍광을 빚어내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맛난 음식도 만날 수 있다. 물 맑은 용담호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어죽 등을 조리하는 맛집이 즐비하다. 주민들이 내수면 어업허가를 받아 직접 잡은 동자개(빠가사리), 모래무지(마주), 붕어, 피라미 등으로 조리한 진안의 신선한 민물고기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여행메모
26번 국도에서 벗어나면 모래재길
용담호 망향의 동산 4곳 전망 일품

수도권에서 전북 진안의 모래재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익산포항고속도로 소양나들목에서 빠져 ‘진안·소양’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26번 국도를 타고 가다 4㎞쯤 간 뒤 오른쪽으로 빠지면 모래재길로 이어진다. 이후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모래재터널을 통과한 다음 모래재휴게소를 지나면 메타세쿼이아길이 이어진다.

진안읍에서는 전주방향 26번 국도를 타고 4㎞쯤 가다 서판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모래재길이 시작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옆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이 촬영명소다. 오가는 차량이 드물어 나무 그늘 아래 흙길에서 잠시 쉬어가도 교통에 지장은 주지 않는다. 주홍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용담호 드라이브는 상류인 진안읍 운산리에서 30번 국도와 13번 국도, 그리고 795번 지방도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즐길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늦가을에서 초겨울의 아침에 몽환적인 물안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급강하 하는 날 아침엔 어김없이 물안개가 호수 수면을 뒤덮는다. 상전 안천 용담 정천 등 4개 망향의 동산 전망대를 올라보고 인근의 구봉산과 운일암반일암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진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아웃도어 기사 더보기